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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YWCA 성명서

- 남북공동선언문, 실천만 남았다 -

2000년 6월 15일, 남과 북은 분단 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이 만나 화해와 협력의 선언을 만들어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통일 문제의 자주적 해결, 양측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경제협력 및 교류 활성화, 합의사항의 조속한 실천을 위한 실무회담 개최,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라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 선언은 남북을 넘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차원에서도 냉전의 대결에서 공존의 협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지난 20년간 남북관계의 기본 문서이자 원형이 되어왔다. 6·15 선언은 2007년 10·4 선언으로 이어졌고, 남북 간 위기의 10년을 지나, 2018년에는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새로운 시대의 기쁨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한반도는 다시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의 부당한 관계 전략, 북미 간 이행되지 않는 약속, 강력한 경제 제재 앞에 대화를 닫은 북한의 완강한 태도, 그리고 세계 정세에 의존적인 한국 정부의 자세 등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 위배되는 남측 일부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로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조치를 진행하는 등 남북 대화는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6·15 선언의 정신은, 한반도 문제를 남북이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 평화 정착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 그리고 남북 상호 합의의 실천적 선언이라는 데에 있다. 한반도 평화의 기본 정신인 6·15 선언을 기억하며, 우호적이지 않은 주변 정세 속에서도 갈등 구조를 평화의 물줄기로 이루어내겠다는 열망과 실천력, 그리고 상상력이 필요한 때이다.

코로나19는 군사력이라는 국가안보에서 생명과 존엄이라는 인간안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통해 국가 간의 신뢰와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북한은 원산갈마 해양관광지구 완공식을 미루고, 평양종합병원 건설 착공 계획을 앞당기고 있으며,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보건부문에 7.4% 증액 편성된 예산안을 통과했다. K-방역으로 인정받는 남한은 국방비를 감축하여 약 2조원을 복지 예산에 활용하였다. 이러한 때에 남북은 보건 분야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변화를 모색하고 한반도 공동체의 번영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남북 선언문은 충분하다. 이제 실천만 남았다. 구체적 이행을 위해 남북의 시민사회들이 만나고, 각계 전문가들이 협력하고, 마을과 공동체들이 교류하여야 한다. 한국 정부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결단을 통해 교착된 현 상황을 평화의 흐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북한 정부는 남북대화의 통로를 재개하고 공동선언에 기반한 남한 정부의 요청에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또한 미국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제안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한국YWCA는 평화 분위기 조성을 단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평화 정세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내고자 노력할 것이며,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연대를 요청하고 국제 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다.

한국YWCA연합회

2020년 6월 15일